Astor Piazzolla - Oblivion Soprano Saxophone
2021.01.29 11:46
Astor Piazzolla의 'Oblivion'을 오카리나 곡으로 편곡하고 Mr을 제작하여 연주해보았습니다. 이 곡은 제가 들어본 색소폰으로 연주된 곡 중, 가장 매력적인 곡 중에 한 곡이라고 생각합니다. 잊고 싶은 2020년을 보내며 아쉬운 마음을 실어 연주해보았습니다.
-월악산-
‘oblivion’은 한상규님 덕분에 처음 들어본 곡입니다. 영화 ost라고 하는데 이 영화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습니다. 다만 곡의 애상적인 분위기를 통해 영화의 내용이 어두울 거라고 짐작할 뿐입니다. 처음 듣자마자 마음이 끌려 네 번을 반복해 들었습니다. 나중에 유튜브에서 찾아보니 주로 첼로와 바이올린, 아코디언 연주곡이 많고 색소폰으로 연주한 곡은 못 찾았습니다. 전문가는 아니지만 곡이 어려워 연주하기가 쉽지는 않을 듯합니다.
‘망각(忘却)’이란 제목이 참으로 미묘하여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떠오릅니다. 이 곡과는 상관없이 내 마음 속에서 ‘망각’이란 말이 수없이 오가며 잠시 번뇌에 빠져 듭니다. 그런데 이 곡을 들으면 들을수록 감정이 더욱 복잡 미묘해집니다.
살다보면 아픈 기억이 더 많습니다. 그런데 어쩌다보면 내가 겪은 고통보다 내 말과 행동으로 인해 상대방이 겪었을 고통 때문에 내가 더 아플 때가 있습니다. 그럴 때 찾는 것이 ‘망각’입니다. 왜냐하면 잊은 척이라도 해야 잠시나마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으니까요. 삶은 이렇게 복잡하고도 미묘합니다.
-망각을 감상하며-
계절이 지나가는 거리 한 모퉁이에 서서
가만히 둘러봅니다.
‘가로수, 낙엽, 고양이, 카페, 벤치......’
따스하고 정겨웠던 바람결엔
어느 새 한기(寒氣)가 서려 몸을 움츠리게 합니다.
문득 수많은 기억들이 스쳐 지나갑니다.
처음과 끝을 알 수 없는 한 움큼의 기억들이
때로는 격랑(激浪)이 되어 혹은 가느다란 물줄기가 되어
내 몸을 온통 헤집고 다니다 사라집니다.
하지만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삶인지
저 기억들은 아무 말 없이 스쳐 지나갑니다.
어느 덧 해는 저물고
노을빛마저 거두어 버린 어둠이
이제 모든 시간을 덮습니다.
무성했던 지난 날들도
조금 전에 보았던 모습들마저도
아무런 흔적 없이 묻혀져 갑니다.
이제 와 느끼는 것은
낙엽처럼 뒹굴다 사라지는 저 기억들이
어쩌면 간 곳 모르게 스쳐 가버린
내 삶의 편린(片鱗)인지도 모르겠습니다.
(oblivion’을 감상하다가 몇 자 적어 보았습니다.)
-김천석-